이 책은 일본의 타무라 히로시라는 한 개그맨이 어렸을 때부터 겪어왔던 일들을 엮은 자전적 일대기이다. 첫 장면부터 아버지가 '해산!'이라고 외치면서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중학생이 집없이 어떻게 살았는지의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나는 처음에 너무 만화같다고 생각을 했었다. 어떻게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각자 살라고 하고 본인은 자취를 감출 수 있단 말인가. 대학생인 자녀도 있었지만 아직 미성년자인 자녀가 둘이나 있는데, 부모로써의 책임도 지지 않고 그냥 방치하다니. 나는 정말 황당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글쓴이는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는다고 나온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 혼자 삼남매를 키우느라 많이 힘드셨을 거라고,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거라 이해한다고 나온다. 참고로 어머니는 저자가 초등학생 때 직장암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저자는 그런 불행한 일을 겪고 또 집을 잃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면서 마키훈 공원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는 중학생인 데다가 돈도 없고 가진 게 없어서 자판기 주위에서 돈을 주으러 다니고 그 돈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그마저도 없으면 풀을 뜯어 먹거나 물로 배를 채우거나 심지어 종이박스를 먹었다고 한다. 묘사 장면이 정말 웃기면서도 슬펐는데, 나물을 무치는 원리처럼 박스를 물에 적셔서 먹었다고 한다. 먹을만한 게 아닌 것까지 먹어가며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심지어 목욕할 곳도 없어서 비오는 날에 빗물로 샤워를 했다고 한다. 여기서 그나마 다행인 것이 이때가 여름방학이었다는 것이다. 추운겨울이 아닌 것도 다행이고, 학교를 가는 날이었다면 더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고생을 하는 와중에도 웃긴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아마 그의 직업이 개그맨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마키훈 공원에서 잠을 잤던 장소가 똥모양의 미끄럼틀이다. 똥모양이라는 것도 웃겨죽겠는데 거기서 어린애들이 그를 똥귀신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를 괴롭히기 시작하는데 그는 그저 애들한테 겁을 줄 뿐이었다. 하지만 애들이 돌을 던지면서까지 괴롭힘의 강도가 심해지자, 그는 설사를 하는 벌을 내릴거라고 애들한테 겁을 준다. 그 시점에서 아이들의 괴롭힘이 멈추는데, 어떤 쪽지를 받게 된다. 어떤 한 아이가 그를 똥의 신이라 지칭하며 설사가 멈추지 않는데 어떡하냐는 내용이었다. 똥귀신에서 똥신으로 승격하게 된 것이다. 난 이 에피소드가 너무 웃겼다. 하지만 사람한테 돌을 던지는 아이들의 모습에 좀 충격이 크기도 했다.

 

난 그가 어머니에 대해 얘기를 할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지곤 했다. 항상 어머니는 남에게 양보하고 자신의 응석도 잘 받아주는 분이었다고 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장면을 생생히 묘사하는데 너무나도 슬펐다. 어머니는 돌아가실 때까지 자식들에게 미안하다고만 하셨다고 한다. 유독 이런 장면에 감정이입이 잘되는 이유가 나름 있었다. 주위에서 큰 병을 앓고 돌아가신 분이나 투병 중이신 분들이 요즘 부쩍 늘어나서일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인맥이 늘어나서인지, 지금 내 나이때가 그런 소식이 많이 들려오는 시기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주위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우리 부모님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그래도 그런 일들이 우리 가족을 피해가면 안도하면서도 실제로 그런 일을 겪은 사람들이 너무 안타깝고 우리도 언제 닥칠지 몰라 불안하기만 하다. 주위에서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내 일이 아닌데도 이렇게 슬퍼지는데 당사자들은 얼마나 청천벽력 같을까. 게다가 이 책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아버지도 직장암에 걸리셨다고 한다. 또 불행한 일이 겹친 것이다. 아버지 혼자 일과 집안일 병행하다가 병이 난 것인데 다행히 조기발견 해서 생명의 위협은 피했다고 한다. 하지만 입원해 있는 동안 직장에서 잘리고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셨다. 그래서 글쓴이는 해산선언을 한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는다고 하며, 오히려 감사하고 죄송스런 마음을 가진다. 삼남매를 지키기 위해 홀로 싸우셨는데 오히려 자기네 형제들이 아버지를 많이 돕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한다. 이제는 자신들이 아버지를 지켜드릴 차례라며 아버지가 돌아오실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아직도 아버지를 만나지 못한 모양이다.

 

홀로 공원에서 지내다가 한 친구를 만나게 되는데 그 친구 덕분에 타무라는 공원생활에서 탈출하게 된다. 친구집에서 생활하다가 이웃들의 도움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형제들이 함께 살 집을 얻게 된다. 이 장면에서 타무라는 불행한 일을 많이 겪기는 했지만 인복이 정말 많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분들이 없었다면 그의 인생은 더 나락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정말 감동적인 얘기이긴 한데, 과연 지금 현실에서도 이렇게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현실에서 이런 좋은 분들을 만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는 정말 인복이 타고났다. 평소 학교생활도 들어보면 성격이 활발하고 유머가 넘쳐서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개그맨의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되는 대목이었다.

 

타무라는 이렇게 불행한 일들이 겹치면서 인생에 회의감을 느끼고 학교도 많이 빠지고 일탈하는 날이 많았다. 그런 타무라를 붙잡아준 것이 담임선생님이다. 담임선생님은 타무라의 속마음을 듣고 편지를 써주신다. 타무라는 그 편지로 인해 인생이 바뀌었다고 할 만큼 제대로 살아보기로 결심한다. 그 편지는 아직도 가지고 있을 만큼 소중하다고 한다. 나도 내 인생에서 이런 스승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되었다. 난 타무라 담임처럼 좋은 스승을 만나지 못한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꼭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개그맨의 이야기는 실제로 일본에서 히트를 쳐서 만화나 영화,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유독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보통 자수성가한 사람의 고생담보다 '홈리스 중학생'이 특별한 것은 바로 '인정(人情)'이라는 것이 녹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현실에서는 '인정'이 메말랐기 때문에 그것이 그리워 이런 이야기에 열광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우리나라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있지 않나 싶다. 드라마 성공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인정'이 많이 묻어있었기에 사람들이 그 시절을 그리워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이야기 속에서는 '인정'뿐만 아니라 글쓴이가 주위사람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마음'이라는 진심어린 메시지도 느낄 수 있다. 친구가 재미있다고 추천해준 책이었는데, 나에게 심리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주위에서 나를 도와주거나 격려해 준 사람이 있다면 꼭 감사의 말을 전해야겠다고 결심이 들만큼 감사하는 마음에 대해 많은 깨달음을 주기도 하였다. 이 책은 두께도 얇고 글씨도 큼지막해서 단숨에 읽기 좋은 책이니 꼭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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